올해 8월 돌리 파튼과 팀 커리를 소재로 한 만화 한 컷이 트위터에서 2만 5천 개 넘는 좋아요를 받으며 퍼졌다. 문제는 이 만화 오른쪽 아래에 뉴요커 전속 만화가 브렌던 로퍼(Brendan Loper)의 펜네임 “BLOPER”가 선명하게 찍혀 있었다는 점이다. 하지만 로퍼는 이 그림을 그린 적도, 서명을 한 적도 없다. 실제로는 한 팬이 ChatGPT에 “뉴요커 스타일 만화를 만들어 달라”고 요청해 나온 이미지였다. OpenAI의 이미지 생성 기능이 단순히 화풍을 흉내 내는 데 그치지 않고, 실존 작가의 서명까지 허위로 가짜 이미지에 붙이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창작자 정체성 침해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바이럴 만화에 찍힌 낯선 서명
해당 이미지는 트위터뿐 아니라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블루스카이 등으로도 확산됐다. 로퍼는 자신의 쌍둥이 형제에게서 걸려온 문자를 시작으로, 생면부지의 사람들에게서 “이거 당신이 그린 거 맞냐”는 이메일과 DM을 잇따라 받았다고 한다. 그는 이를 “매우 비현실적인 경험”이었다고 표현했다.
사실 이번이 처음도 아니었다. 지난 5월에도 인스타그램을 통해 누군가 “ChatGPT가 만든 이미지에 당신 서명이 나왔다”고 제보해 온 적이 있었고, 여름 동안에는 ChatGPT 관련 레딧 포럼에서 비슷한 방식으로 생성된 뉴요커풍 만화들을 여러 건 발견했다고 한다.
단순 화풍 모방을 넘어선 서명 위조
생성형 AI가 특정 작가나 매체의 화풍을 학습해 비슷한 스타일의 이미지를 만드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논쟁거리다. 하지만 이번 사례가 특히 문제가 되는 지점은 화풍 모방을 넘어 실존 인물의 서명(펜네임)을 그대로 이미지에 삽입한다는 점이다. 뉴요커 같은 매체에서 만화가의 서명은 단순한 사인이 아니라, 저작권 표시이자 일종의 워터마크 역할을 한다. 출처 없이 블로그나 SNS로 캡처돼 떠도는 만화가 많다 보니, 서명은 “이 그림이 누구 손에서 나왔는지”를 증명하는 최소한의 장치였던 셈이다.
로퍼는 이렇게 설명했다. “서명은 나에게 진품 인증서 같은 것이다. 인터넷에 올리는 작품 중에서도 내 손에서 나왔다고 인정받아야 하는 것에만 서명을 붙인다. 내 이름을 올리면 그건 공식적인 내 것이 된다. 그건 브랜드이자, 내가 만든 흔적이다.” 니먼랩 기자가 직접 ChatGPT를 테스트한 결과 로퍼 외에도 해리 블리스, 에밀리 플레이크, 조 데이터, 팻 번스, 피터 베이, 제이슨 애덤 캣젠슈타인 등 현역 작가뿐 아니라 조지 부스, 리자 도넬리, 엘리스 로즌, 솔 스타인버그 같은 전설적인 작가의 서명까지 재현됐다. 확인된 피해 작가만 15명이 넘는다.
OpenAI의 해명과 남는 의문
OpenAI 측은 니먼랩에 보낸 성명에서 “우리는 창의성의 미래가 근본적으로 인간적인 것이어야 한다고 믿으며, 인간의 창의성과 창작자를 보조하는 도구를 만드는 데 집중하고 있다”며 “모델의 버그와 의도치 않은 동작을 제보해준 커뮤니티에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다만 이 발언은 원론적인 입장 표명에 가깝고, 왜 모델이 실존 서명을 생성해내는지, 이를 막기 위해 구체적으로 어떤 조치를 취할 것인지에 대한 설명은 포함돼 있지 않았다. 학습 데이터에 뉴요커 만화와 작가 서명이 포함돼 있었을 가능성이 거론되지만, 원문에서도 이는 명확히 확인된 사실이 아니라 정황상 추정에 가깝다.
한국 창작자와 개발자가 눈여겨봐야 할 지점
이 사건은 미국 만화가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에서도 웹툰 작가나 일러스트레이터의 화풍과 서명이 생성형 AI 서비스에서 재현되는 사례가 꾸준히 보고돼 왔다. ChatGPT, 미드저니 같은 이미지 생성 도구를 활용해 콘텐츠를 만드는 개발자나 기획자라면, 결과물에 의도치 않게 타인의 서명이나 워터마크가 포함될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사용 전 재확인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특히 상업적 용도로 AI 생성 이미지를 쓸 계획이라면, 실존 작가의 서명이나 저작권 표시가 섞여 들어갈 경우 명예훼손이나 저작권 분쟁으로 이어질 소지가 있다.
또한 이번 사례는 국내에서도 논의 중인 AI 학습 데이터의 출처 투명성, 창작자 동의 없는 스타일 학습에 대한 규제 논의와 맞닿아 있다. 뉴요커 같은 매체와 소속 작가들이 어떤 대응에 나서는지, OpenAI가 추가 조치를 내놓는지는 국내 생성형 AI 정책 논의에도 참고할 만한 선례가 될 전망이다.
원문: ChatGPT is adding real cartoonists’ signatures to fake New Yorker carto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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